[사설] 73주년 제헌절, 무너져가는 헌법정신을 생각한다

입력 2021-07-16 17:48   수정 2021-07-17 00:04

오늘은 제헌절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 규정한 헌법이 만들어진 지 73년이 흘렀다. 9차례 개헌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식민지배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선진 대한민국을 일궈낸 기초가 된 것이 바로 헌법이다.

그런 헌법이 심각한 위기다. 헌법은 물론 헌법이 토대로 하는 근본 가치인 법치주의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국가 전 영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집권세력이 장악한 정부와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법의 최종 수호자인 사법부조차 ‘정권 눈치보기·편가르기’ 판결로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헌법에 대한 정면도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여당의 개헌 논의에서부터 본격화됐다. 2018년 초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서 ‘자유’를 빼려다가 거센 반발이 일자 슬그머니 철회했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역사가 보여주는 대로다.

개헌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숫자를 앞세운 여권의 위헌적 법률 제·개정 시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과 시장경제 질서 침해다.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포함해 온갖 부동산 규제는 헌법상 재산권 제한의 근거가 되는 ‘공공의 필요’를 훌쩍 뛰어넘어 또 다른 헌법상 권리인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침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토지공개념 관련 입법 움직임도 시장경제 원리를 부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권이 최근 바짝 고삐를 죄고 있는 언론규제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집중 성토 대상인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헌법과 정면 충돌한다.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똑같이 방역지침을 위반했지만 민주노총과 보수단체 집회에 차별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 또한 ‘법 앞의 평등’을 명시한 헌법과 거리가 멀다.

엄정해야 할 사법부조차 법치를 훼손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이재명 은수미 등 여당 단체장 관련 판결을 통해 ‘내 편 무죄, 네 편 유죄’라는 조롱을 받더니, 김명수 대법원장의 온갖 스캔들과 정권 눈치보기 행보로 법치 유린을 넘어 사법을 사유화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지금 여권은 평등·공정·정의 등 미사여구를 앞세우며 대한민국 건국을, 그리고 그 근간인 헌법을 끊임없이 폄훼하고 부정하려 들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은 물론 국가 정체성을 왜곡하고 뒤흔드는 것이다. 제헌절에 무너져가는 헌법정신을 다시 생각한다. 헌법의 위기는 곧 선진 대한민국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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